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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와의 'Me-time' 2박 3일 도보여행기
2020.11.26

겨울 한 철 유행하는 독감으로 생각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7개월 이상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 삶을 다양하게 변화시켰습니다. 코로나 시대로 긴장하면서 보내는 일상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 'Me Time'. 윤재원 사원이 동료와 떠난 2박 3일간의 여행기로 지친 일상과 마음을 정화해보세요. 

 

안녕하세요. 포스코케미칼 윤재원 사원입니다.

공교롭게도 추석과 함께 긴 연휴가 생겼습니다. 긴 휴가 때마다 여행을 다녔던 저는 코로나를 피해 여행하는 방법을 고민 후 3밀(密)을 피해 걸어서 다니는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이 무모한 계획에 2명의 순진무구한 동료들이 동참해 주었고,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의 2박 3일간의 자유로운 도보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출발 전 짐을 챙기며, 미니멀리즘과 유비무환의 상충 관계에서 고민하다 2박 3일 여행 동안 '필요한 게 무엇일까?' 고민 끝에 40L 배낭에 뿌리는 파스, 슬리퍼, 상비약, 선글라스, 삼각대 등을 챙겼습니다. 미니멀리스트를 자처하며 이건 필요 없겠지 하며 놓고 오면 왜 꼭 필요한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이 또한 여행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더욱 재밌는 건 파스인 줄 알고 챙겨왔던 것이 벌레 퇴치제였고, 더더욱 재밌는 건 잘못 가지고 온 벌레 퇴치제가 있었는데 불구하고 뿌리지 않아 첫날 진드기에 물렸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진드기에 대해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출발 전 스트레칭을 하며 2박 3일간의 여행 계획 및 테마를 브리핑했습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랜드마크 찍기’입니다. 거리는 총 70km이며 출발지는 문덕, 최종 목적지는 영덕 해파랑 공원입니다.

첫 랜드마크는 인덕 늘푸른솔 커뮤니티 센터입니다. 건물 앞에서 멋쩍은 포즈를 취해봤습니다. 다른 포즈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다시 정처 없이 걸었고, 형산강을 넘어 포항시 북구청까지 쉬지 않고 2시간가량 걸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북구청 앞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장사 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평일 낮이라 붐비지 않아 많은 사람들을 잘 피해 다닐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로 다니던 거리를 도보로 가보니 여태껏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였고, 색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새 양덕을 지나 한동대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어느덧 도시의 모습은 사라져 (사실 한동대학교에서부터 시골) 시골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가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해안을 따라 걸어가는 둘레길 코스로 칠포 해수욕장, 오도리, 월포 해수욕장, 화진 해수욕장으로 쭉 이어졌습니다. 나름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오도리쯤에서부터 왼쪽 정강이에서 통증이 느껴졌고, 나중에 이것이 피로골절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건강이 최고입니다..) 이때부터 우리는 쉬는 텀이 조금씩 짧아졌습니다. 

그렇게 화진해수욕장 인근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 두 사람은 녹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한 명은 숙소 도착 후에도 사진을 남기는 열정을 보이며 우리 두 사람은 그런 동료의 체력에 존경스러웠습니다. 첫날은 약 7시간 동안 35km를 걸었다는 것을 어플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날 많은 에너지를 쏟은 우리는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꿀잠을 잤습니다. 가볍게 다리를 풀어주었지만 잠시 동안 다리가 마비된 것 같아 순간 끔찍한 상상이 들었습니다. 

향긋한 모닝커피 한 잔과 숙소에서 보이는 풍경을 만끽하고, 최종 목적지인 영덕을 향해 다시 출발했습니다. 어제 열심히 걸어온 탓에 목적지까지는 20km 남짓 남아있어 조금 여유를 부리다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도로 끝 파란선 표시(영덕 블루로드)를 찾아 다시 부지런히 걷다 보니 어느새 포항과 영덕의 경계를 나누는 다리인 지경교에 도착했습니다. 출발한 지 4시간이 지나자 왼쪽 정강이가 너무 아팠지만, 동료들이 너무 잘 걸어가서 참고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게 함께하는 시너지가 이게 아닐까 합니다. 그동안 혼자서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함께하면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이번 여행에서 또 한 번 배웁니다. 

이제는 좀비처럼 주위도 보이지 않고 땅만 보며 걸어가는 단계에 이를 정도로 다들 지치고 힘든 상태입니다. 그러다 대게 찌는 냄새에 강구항에 임박했다는 것을 우리는 직감으로 느꼈습니다. 몸이 지치고 힘들어도 후각만큼은 지치지 않습니다. 냄새에 이끌려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해파랑 공원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일몰과 함께 동료들과 '문덕에서 영덕까지의 도보여행'의 막을 내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영덕 강구 터미널에서 포항 터미널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이틀 내내 걸어온 거리를 1시간 만에 돌아오며, 현대 문명의 이기에 허탈함을 넘어 경외심이 차올랐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지난 이틀을 되짚어보며 잠시였지만 코로나를 피해서 떠난 힐링 여행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영광의 상처(피로골절, 진드기…)와 좋은 동료들과 함께한 행복한 추억도 남기고, 여러모로 뜻깊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상처는 아물어 없어지지만 추억은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좋은 안줏거리와 앞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데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도보여행'을 통해서 느끼고, 알게 된 부분을 바쁜 현대인을 위해서 요약해보았습니다. 

도보여행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추억을 돌아보며 읽은 '행복해지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구절을 잠깐 소개해드립니다. 

[행복해지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이하늘]

음악을 끄고 걸었다. 인위적인 소리를 끄자, 바람소리, 땅 위의 풀들이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우리의 발걸음 소리,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그 순간 아주 단순하면서도 큰 울림이 마음에 와닿았다. 자연의 소리, 나와 그의 조용하지만 서로를 응원하는 소리, 그리고 존재 그 자체가 이 긴 길을 걷는 데 큰 힘이 되었다.